엄마 손은 약손인 과학적인 이유 (+피부 관리 방법)
우리나라에서 피부과가 의과 중에 인기 있는 과가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피부는 장기 중에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이며, 겉으로 보이는 면적도 가장 넓다. 그래서 그런지 미용 목적의 피부과 진료가 다양해지고 흔해지고 있다. 대놓고 피부 미용을 위한 시술만 하는 피부과도 있다. 다래끼가 나거나 화상을 입거나, 티눈이 생겨서 방문하면 일부 피부과에서는 진료를 위한 장비가 없다며 거부하기도 한다.
피부와 관련된 우리 인식도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광고 문구만큼만 각인된 듯 하다. 나도 피부의 역할 및 의미는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피부를 위한 화장품에만 관심이 많았다. 피부를 어떤 장기처럼 그 역할을 이해하고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보다는 그저 겉으로만 무언가를 발라 깨끗하고 밝게 보이는 것에만 관심이 많았다.
'피부는 인생이다'라는 책을 읽어보니 피부를 정말 좋게 만드는 방법은 겉에서 무언가를 바르는 것이 아니었다. 피부의 역할은 그저 남에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 몸 안과 밖을 연결하는 통로이자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장기 중의 하나이다. 상상하기 조금 징그럽고, 어느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비주얼이지만 피부가 없는 인간은 살 수가 없다. 수분이 다 날아가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우리가 잘 몰랐던 피부의 역할과 많은 사람이 관심 있는 피부를 좋게 만드는 방법도 알 수 있었다. 작가가 피부과 의사이자 세계적인 피부과학 연구소에서 일했던 분이기에 전문성은 말할 것도 없고, 읽다 보면 작가의 피부와 인간에 대한 관심과 사랑도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읽었던 피부의 역할을 4가지만 정리해보겠다.
<피부의 4가지 역할>
1. 안과 밖의 보호 기능
2. 다른 장기와의 소통(피부와 식생활)
3. 접촉을 통한 치유 효과
4. 사회성
1. 안과 밖의 보호 기능
피부는 우리 몸 안에 있는 것들을 보호하면서 수분 손실을 막고, 동시에 바깥의 나쁜 것들이 몸 안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다. 굳은살이 생기는 것도, 종이 같은 날카로운 것에 베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인체 보호막이 망가지면서 몸의 이로운 것들이 빠져나가 극심한 수분 손실과 탈수를 겪고 동시에 감염성 물질 등몸에 나쁜 것들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몸을 둘러싼 피부라는 겉면이 없다면 우리는 수분을 잃고 만다. 과각화증으로 불리는 이 굳은살 형성 반응은 피부가 장벽을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할 때 나타나는 건강한 보호 반응이다. 밤이 되면 각질 형성 세포는 다가오는 낮 시간에피부의 외부 장벽을 햇빛과 긁히는 상처에서 보호할 수 있도록 빠른 속도로 증식한다. 그리고 낮이 되면 각질 형성 세포에서 태양의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과 관련된 여러 유전자가 선택적으로 발현된다. '피부는 인생이다' p. 21, 26, 28, 31 |
2. 다른 장기와 소통(피부와 식생활)
피부는 특이한 기관이다. 안과 밖에 모두 영향을 받으면서 소통하기도 한다. 아토피, 여드름, 대상포진 등 나이대별로 자주 발생하는 피부질환이 호르몬 변화나 환경 영향뿐만 아니라 식생활 때문에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는 먹는 것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이 피부에도 해당하는 말이다.
피부와 위장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지만 굉장히 다양하고 대부분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실크로드를 통해 실제로 두 대륙 간의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과학적 결과로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체중과 나이, 성별도 여드름에 영향을 주겠지만 여드름 발생률은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을 많이 먹는 사람들에게서 가장 높게 나타난다. '피부는 인생이다' p. 86, 88 |
식생활이 피부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어느 정도 알려지면서 건강 식품 시장에서 이를 광고문구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광고 문구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고, 사람마다 원인과 해결방법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책에서도 이를 지적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기적의 식품은 없어도 균형잡힌 건강한 식생활은 전반적인 개선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수십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건강식품 시장은 사실상 의심스러울 만큼 너무나 이상적인 답을 손쉽게 찾으려는 욕구를 잘 활용하는 셈이다. 과일과 채소는 충분히 많이 먹어야 할 만한 좋은 식품이지만 특정한 '슈퍼 푸드' 한 가지는 그럴 만한 가치가 없다. 피부와 위장이 상호작용하는 방식 그리고 피부가 식생활에 반응하는 방식 중 일부분은 유전적 특성에 좌우된다. 아직은 신생 분야인 영양 유전학에서는 개개인의 유전암호가 영양소에 대한 반응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피부는 인생이다' p. 93, 95, 98 |
콜라겐 크림을 바르는 것보다 선크림을 바르고 금연을 하는 것이 피부에 훨씬 낫다. 현시점에서는 젊음의 묘약이라고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콜라겐 음료나 항산화제는 없다고 한다.
콜라겐은 인체 피부 중 최대 75%를 구성하는 단백질로 피부의 구조를 이루고 피부에 팽팽함을 선사한다. 나이가 들면 피부의 콜라겐 양이 줄어들기 시작하며 햇볕에 피부가 손상되거나 담배를 피우면 더욱 가속화된다. 피부에 바르는 크림에도 콜라겐이 함유된 경우가 많지만 밖에서부터 피부속으로 들어오기에는 분자가 너무 크다. 따라서 그런 크림을 발랐을 때 나타나는 모든 효과는 콜라겐 자체가 아니라 단시간에 수분이 공급되면서 나타나는 변화일 가능성이 높다. '피부는 인생이다' p. 103 |
심지어 피부는 장과도 소통하고 있다. 장 건강이 우리 건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피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피부와 장 미생물군의 소통수단은 면역계 변화, 식생활, 스트레스이다.
아이를 가진 여성이 임신 기간에 프로바이오틱을 섭취하면 태어난 아이가 2세부터 7세 사이에 아토피 피부염이 발생할 위험이 줄어든다는 근거도 점차 모이고 있다. 장에 서식하는 수십억 마리의 세균에서 비롯된 영향은다양한 경로를 거쳐 피부로 전달된다. 안타깝게도 피부 상태를 단번에 개선할 수 있는 특효약은 존재하지 않지만피부 건강에 좋은 방식, 즉 지속 가능성 있는 균형 잡힌 식생활에는 전반적인 건강개선 효과가 있다. '피부는 인생이다' p. 113, 118 |
3. 접촉을 통한 치유 효과
피부는 뇌와 대화하기도 한다. 같은 접촉이어도 누구와 하느냐에 따라 우리 몸과 마음이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다.
피부감각은 뇌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인체는 마음의 영향에 휘둘린다고 보는 편이 논리적인 생각일 것이다. 피부와 뇌 사이에 오가는 이 대화는 신체 접촉을 통해 상대방과도 오가는 대화가 된다. 또한 피부를 통해 상대방이 내게 보이는 반응을 인지하면 신체 감각도 더욱 강화된다. '피부는 인생이다' p. 199, 201 |
어딘가 부딪혔을 때 우리는 손으로 문지르곤 한다. 이 같은 신체 자극이 통증을 감소시켜주는 것이 맞다. 하이파이브와 같은 신체 접촉이 운동 경기에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통증 수용체가 아닌 다른 수용체들은 신체 자극이 주어지면 통증을 감소시킨다. 무릎을 어딘가에 세게 부딪혔을 때 얼른 손을 대고 문지르면 일시적으로나마 통증이 약화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야구팀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경기장에서 신체 접촉이 많은 팀일수록그런 접촉이 적은 팀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피부는 인생이다' p. 207, 220 |
접촉은 소통 기능과 더불어 치유 기능도 있다. 요즘에는 감히 할 수 없는 실험이지만 과거에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엄마와 떼어 놓고, 아기를 만지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고 키웠더니 아이들은 말문을 열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접촉의 결핍은 생명의 결핍으로까지 이어진다. 아기들이 왜 그렇게 안아달라고 하는지 이해가 가는 내용이었다.
살과 살이 맞닿는 접촉과 서로 껴안는 행동이 신경을 자극하고 엔도르핀과 옥시토신을 분비하며 뇌의 보상센터와 연민 센터를 활성화한다는 사실이 계속해서 입증되고 있다. 이렇게 얻는 단기 행복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심리 건강을 개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두 가지 모두 면역 기능 강화로이어질 수 있다. 엄마의 다정한 손길은 자식에게 오래도록 지속되는 후생적 변화를 일으키고 아동기에 경험한 보살핌은 지문처럼 평생 남아 건강 개선과 스트레스 감소에 도움이 된다. 알츠하이머환자들이 신체 접촉을 경험하면 상대방과의 정서적 유대가 발전하고 이 병에 따르는 파괴적 증상이 약화될 수 있다. '피부는 인생이다' p. 223 |
엄마 손은 약손이 맞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정서적 안정감뿐만 아니라 접촉의 치유 효과를 모두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현재의 아픔뿐만 아니라 평생의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손을 얹으면 치유 효과가 발휘된다는 것은 수백 년 전부터 알려졌다. 신체 접촉은생물학적 측면에서나 인지적 측면에서 모두 감정에 강력한 영향을 발휘하여 사랑받는 느낌,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하고 이는 스트레스 감소로 이어진다. 또한 뇌와 인체의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어서 혈압 감소부터 면역력 개선까지 인체에 다양한 형태로 변화가 나타난다. '피부는 인생이다' p. 224 |
4. 사회성
피부는 가장 취약하고 가장 인간다운 기관이다. 피부는 곧 사회성을 나타낸다. 처음에 바로 볼 수 있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부끄러움을 느낄 때 얼굴이 붉어지기도 한다. 이런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으로는 미소를 지어 얼굴을 이완시키고, 열기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상상을 하며 심호흡을 하고,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다.
또한 피부 질환은 바로 남들에게도 보이기 때문에 스트레스 요인이 되기도 하고 다른 장기와 대화를 하는 피부는 스트레스로 인한 악화하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한다.
여드름은 굉장히 흔한 질환이고 아동기에서 성년기로 넘어갈 때 호르몬 변화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코르티솔과 테스토르테론의 농도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피부의 피지 생성이 촉진되면서 여드름도 가속화되는 것이다. 마음도 피부에 영향을 주지만 피부 역시 마음에 직접 영향을 준다. 피부는 마음, 물질과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경우에 따라 명상이나 영적 체험을 통해 스트레스가 완화되고 의식 상태가 바뀌면 피부가 정화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피부는 인생이다' p. 257, 256, 350 |
인류는 피부색이나 질환으로 차별을 하기도 했다. 피부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 요인 탓에 개인적인 특성이 더 드러나며 다양해졌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피부가 다른 사람과 다른 것이 당연한데 이 차이를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의 도구로 활용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흑형이란 말은 있어도 백형이란 말은 안 한다. 친근한 표현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입장바꿔 생각해보면 듣기 좋은 말은 아니다.
피부는 우리 자신이고 피부를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면 사실상 존재의 일부가 변한다고 볼 수 있다. 개개인의 유전학적 다양성을 존중하되 인류는 하나라는 사실도 존중하자. 피부는 바깥세상을 차단하는 벽인 동시에 외부 세계를 안으로 들이는 창문이 된다. '피부는 인생이다' p. 160, 314, 355 |
피부는 우리를 보호하기도 하고 다른 장기와 소통하며, 우리 몸과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여주는 도화지가 되기도 한다. 또 접촉을 통해 누군가를 위로할 수도 있고 위로받을 수도 있다. 가장 사회적인 기관이자 몸과 마음으로부터 모두 영향을 주고받는 기관이다. 피부 관리를 위해 겉에서의 수분 공급도 필요하지만 안에서의 건강한 식습관과 건강한 마음 또한 매우 중요함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