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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만화의 성공 비결다시보기 2021. 2. 21. 21:47728x90
세월이 가도 이야기는 멈추지 않는다. 어릴 때 보던 만화를 한참 시간이 흘러 아이와 같이 보기도 한다. 이야기와 만화는 언제봐도 재밌다. 기억에 남는 역사도 거의다 인상적이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다. 점점 논리보다 이야기를 잘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야기를 잘 만드는 사람 중에 미야자키 하야오를 빼 놓을 수 없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하나도 안 본 사람은 거의 드물 것이다. 나는 여태까지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만든 만화는 절반 정도는 봤다. 내가 학생일 때 나온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다 본 것이다. '미야자키 월드' 책을 읽고 전에 못봤던 애니메이션이 무엇인지 찾아보니 80년대 예전에 나온 것들이었다.
미야자키 작품들은 비현실적이지만 재밌다. 만화가 보여줄 수 있는, 만화는 이래야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예전엔 잘 몰랐는데 미야자키가 만든 만화에는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있다. 1) 회복, 2) 강인한 여자 주인공, 3) 반전이다. 반전은 예상치 못한 결과이기도 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것, 두가지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
미야자키 만화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들의 배경과 미야자키가 많은 사람의 동심을 흔드는 만화를 만들 수 있던 비결 4가지를 '미야자키 월드'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1. 몰입
밤샘 작업은 일상이었다. 가족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고 한다. 만화 하나를 만들고 준비하기 위해 엄청난 속도로 엄청난 양의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미야자키의 노력은 다른 책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키가이' 란 책에도 미야자키 하야오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애니메이션 제작이 중노동이라고 했지만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 자체에서 보상을 얻는다고 했다. 만드는 사람의 행복이 보는 사람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애니메이션 제작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중노동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책상에 앉아 꿈쩍도 하지 않고 캐릭터를 결정하고 배경을 설명하는 수천장의 스케치를 그린다. 그 후 지브리의 작가들이 그의 스케치를 바탕으로 정밀작업을 시작한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지만 진정한 보상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 자체에서 얻는다고 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몰입상태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애니메이션에서 뿜어져 나오는 더없이 행복한 느낌이 보는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내면에 동심이 살아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심리를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에 충실하고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면 몰입 상태에 다다를 수 있다. 아이는 현재에 충실하는 게 얼마나 값진 일인지 잘 알고 있다.그가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 때 아이의 입장이 된다. 그의 내면에는 아이가 살아있다. 아이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현재에 충실하기다. 창의적인 삶을 살아가길 원한다면 반드시 필요한 태도다.
<이키가이> p. 87~89컴퓨터가 없던 시절에는 보통 셀로 줄여서 부르는 셀룰로이드지에 일일이 손으로 그림을 그려야 했다. 원화가가 원화를 그리고 중간 동작을 그리는 동화가들이 원화와 원화 사이를 잇는 수많은 장면을 채웠다. 마지막에는 채색 담당자가 마무리했다. 이 과정은 그림 실력은 물론이고 속도도 중요하다. 처음부터 미야자키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속도로 그림을 그려냈다.
미야자키는 토에이에서 누구보다도 늦게까지 남아 일하면서 그림 실력뿐 아니라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도 연마했다.
<미야자키 월드> p.85, 902. 정체성
미야자키는 만화를, 비행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앞서 말한 미야자키 만화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3가지는 미야자키의 성장배경에 녹아있다.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며 만화를 자주 보았고, 몸이 안 좋았던 어머니와 의견 충돌이 잦았던 것, 원자폭탄 투하 사건 모두 미야자키의 세계관에 영향을 준 것들이다. 그는 그가 좋아하는 것을 알았고 그저 만화로 그것들을 표현한 것이다. 이런 메세지를 가진 만화를,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며 억지로 그런 주제나 요소를 넣은 것이 아니다. 또한 위에서 이야기한 현재에 충실한 몰입도 미야자키의 정체성의 일부다.
학교에서 만화를 보는 학생은 나뿐이었다. 이미 난 괴짜 취급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만화의 잠재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이야말로 바보라고 생각했다.
개그 중심의 만화를 제작하는 미국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과 달리 일본 애니메이션이 초창기부터 "이야기과 캐릭터"에 집중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일본 관객은 강렬한 감동을 일으키는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지적한다. 한편 미국 관객은 실용주의적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를 바꿔말하면 일본 애니메이션은 이야기의 새로운 전개, 다시 말해 예상치 못한 반전을 받아들이는데 더 적극적이라는 의미다.
<미야자키 월드> p.54, 843. 다독
미야자키는 어린 시절부터 만화도 많이 봤지만 그보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또한 어머니와 의견충돌이 잦았지만 대화를 많이 했다고 한다. 우리는 보통 가족이든 남이든 본인과 의견이 다르다고 생각하면 욕을 하거나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나 수용하는 태도가 부족하다. 인내와 회복을 강조하는 미야자키 만화 특징 덕분인가 미야자키는 다른 의견을 수용하는 인내도 뛰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예술가는 고통을 받아들이고 초월하는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촉매제로 고통을 예술로 승화함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인내, 견딤, 수용은 미야자키 세계의 중요한 주제다. 미야자키는 고통이 아닌 회복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미야자키는 현실의 트라우마를 마법으로 극복하는 주인공들을 통해 자연과 상상의 힘이 우리에게 자신을 초월하고 삶의 역경을 극복하게 해준다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한다.
<미야자키 월드> p.34, 35, 2174. 운
실패에도 좌절하거나 멈추지 않았다. 비행기는 좋아해도 비행기 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미야자키가 유럽에 출장을 간 일이 있었다. 출장 결과는 실망스러웠지만 그때 돌아본 유럽 풍경이 이후 미야자키 만화 배경에 자주 활용 된다. 출장은 실패였지만 그 때의 경험을 만화 제작에 이용할 수 있었다. 또한 미야자키의 모든 작품이 처음부터 성공적이었던 것도 아니다. 미야자키의 과거의 경험과 노력, 동료의 홍보 노력 등이 운으로 작용하여 마녀 배달부 키키부터 큰 성공을 맛보게 된다.
지브리의 첫 작품 라퓨타와 차기작으로 동시 상영한 반딧불이의 묘와 토토로는 미야자키가 톱크래프트에서 제작했던 나우시카에 비해 성적이 훨씬 안 좋았다. 업계에서는 스튜디오 지브리와 미야자키가 히트작을 내놓을 만한 실력이 안된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키키의 성공은 지브리의 운명을 바꿨다. 스즈키 도시오가 제작과 홍보에 동원한 인맥과 노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야자키 월드> p.226결국 뻔한 이야기 같아 보이지만 어떤 분야든 성공비결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가까워진다. 그 과정에서 슬럼프나 실패는 당연히 겪는다. 그것에 좌절하지 말고 운이나 기회가 나타날때까지 버텨야 한다.
'미야자키 월드' 책을 읽고 이전에 보지 못했던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을 찾아보았다. 넷플릭스에서 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성 라퓨타',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마녀배달부 키키', '바람이 분다', '붉은돼지' 는 대부분 1980년대 만들어진 작품이다. 바람이 분다만 2013년에 만들어졌다. 그런데 80년대 작품이라고 해서 촌스럽거나 유치하거나 어색하지 않았다. 어릴 때 <이웃집 토토로, 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 모노노케 히메,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을 보았을 때 느꼈던 것 이상으로 재미있게 느껴졌다. 미야자키의 만화를 향한 열정과 배경을 알고 난 이후라 그런지 몇몇 대사는 미야자키가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녀 배달부 키키'에서 갑자기 키키가 마법을 쓸 수 없게 되어 당황하고 우울해 한다. 우연히 숲에서 만난 그림 그리는 친구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때 더 열심히 그리고 그래도 안되면 산책을 하거나 아예 다른 일을 한다고 했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바람이 분다'에서는 주인공이 비행기 설계에 열심히 하는데 남자라면 일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는 대사가 미야자키 본인이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던 것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 비행기를 좋아하지만 비행기를 타는 것을 싫어하는 미야자키가 만든 거의 모든 만화에 비행기가 나온다. 만화에서 주인공이 자신이 만든 비행기가 나는 모습을 상상하는 장면이 미야자키 본인이 상상하던 장면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들이 들었다.
'이웃집 토토로' 포스터의 캐치프레이즈는 <잊고 있던 것을 돌려줍니다> 이다. 만화는 아이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어른들에겐 잊고있던 것들을 돌려준다. 잊고 있던 것이 뭔지도 모를 때 만화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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